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시작한 아빠와의 생활. 청소, 빨래, 설거지, 밥 차리기가 다 나에게로 집중이 되었다. 부득이하게 가정 경제 사정으로 엄마와 동생은 따로 읍내에서 살고 아빠와 나는 촌동네로 이사를 가 전기 밥솥도 없이 냄비밥부터 시작해서 그렇게 나의 가정도우미겸 딸내미로서의 생활은 시작되었다.
아빠는 그다지 어지르는 성격이 아니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방청소 하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던것 같다. 세간살이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 곳 몇 곳 먼지닦고 바닥 쓸고 닦고 하면 나머지는 어찌저찌 되었던것 같다.
그러나 남편이랑 살기시작하기부터는 달라졌다. 난 항상 빨래와 설거지와 청소를 하는것 같은데 뭔가 달라진게 하나도 없는것이다. 남편도 나에게 살림실력이 꽝이라는듯이 항시 말하고는 하였다. 그때는 내가 학교도 다니면서 대학원진학공부를 하루종일 하느라 바쁘기도 하였지만 사실 둘 이서 원룸에 살면서 어지르면 얼마나 어지르나 싶기도 하다가도 뭔지 뒤돌아서면 지저분해져있는 방을 발견하고 불가사의하게 생각이 되어졌다.
그리고 키시와다로 이사와 방 세칸과 거실 한칸의 더 넓은 집에 살면서 이건 뭐...치우는 시간보다 어지르는 시간이 더욱 많아지고 나는 점점 더 청소를 제외한 최소한의 빨래, 설거지만 하게되었다.
남펴이 걸어가는 모든곳에 떨어져있는 쓰레기들 마스크들 택배상자들 각종 고지서, 우편물 찌끄러기들, 맥주캔, 와인병 등등이 남편의 존재를 알려주는 신호등이 되어 안그래도 느린 나의 치우는 속도를 종내는 포기하는 쪽으로 가게 만들었다.
울 아버지와 함께 살 때도 아버지가 그렇게 어지르는것을 별로 본 적이 없는것 같았는데 이 남자는 가는 곳곳이 쓰레기를 버리고 고대로 두고 치우지를 않는다. 나도 잔소리를 거두고 그냥 방치하게 되어버렸다. 우리집은 이렇게 점점 쓰레기집이 되어가고 있다. 나의 청소에 대한 태도는 점점 포기의 상태로 접어들었고 이제는 주위를 둘러보면 곳곳이 쓰레기...치우는 의지를 꺼뜨린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정도로 심하게 더러워진 집을 보고 나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어버렸나 싶다.
항시 집을 깨끗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살만한 정도로 유지하는것 자체가 얼마나 노력이 들어가는일인지 깨닫는 요즘이다. 아...저 쓰레기 들을 어찌할꼬.. 이 남자는 자랄때부터 청소란걸 모르고 자란걸까 아니면 보고도 치우기를 포기한 내가 문제 일까...의욕상실이다.